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TRACK LIST
SIDE A
1. FAST
2. C’MON
3. FLOWS
4. SSE SSE SSE
5. 발버둥
SIDE B
1. Mr. Miles
2. 우리 사랑은 (V)
3. KEEP LOVE GROWING IN US
4. 화양연화
5. 사랑하는 나의
6. 찰리빈웍스
DETAIL INFO
- 1LP 블랙반, 싱글커버, 인서트 수록
- 33 ⅓ R.P.M. LONG PLAY - STEREO
- 12inch Heavy Weight Vinyl
안녕하세요 여러분! 찰리빈웍스의 찰리빈입니다.
혹시 여러분께서는 가슴에 팟! 하고 스파크가 튀며 무언가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한 날을 기억하시나요?
‘아! 이 사람이다!’ 라며 사랑에 대한 꿈을 꾼 날도 있을 테고, ‘와 씨! 이거다!’ 라며 짧은 인생에 이 한몸 던질 일을 찾은 날도 있을 테고요.
저도 그런 날들이 꽤 있었는데요. 특히 저는 그중 나의 바이닐반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꾼 날을 꽤 강렬히 기억하고 있습니다.
몇 년 전 울산에서 음악을 만들던 중, 루스터스에서 베이스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진우 형님과 테디보이즈에서 함께 활동했던 수영이와 울산에서 밴드를 꾸리고 음악을 하고 있었습니다.
어느 날 진우 형님의 집들이에 초대되어 즐겁게 놀던 중, 형님이 가지고 계시던 유재하 LP를 틀어주셨는데 저는 LP로 음반을 들었던 경험이 거의 없어서 기대에 차 빨리 틀어달라고 졸랐고 저의 성화에 못이겨 플레이된 음반에서는 장작이 타듯 올라오는 노이즈 소리와 함께 불투명한 듯 정리되지 않은 음역대들이 드럼 필인에 묻어나오며 [우리들의 사랑]이 시작 되었습니다.
그 음반을 쭉 들으며 술을 마시는데 계속 ‘어? 디지털로 듣던 거랑 다르네? 왜지? 궁금하네? 다른 음반들도 그런가?’ 라는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.
그다음 날 저는 바로 턴테이블을 사고, 중고 LP 매장에서 최대한 저렴한 LP들을 잔뜩 사 모아 펼쳐놓고 제가 듣던 디지털 음원들과 LP를 비교하며 청음하기 시작했습니다.
0과 1의 데이터로 이루어진 깔끔한 디지털에서만 접해보았던 음악들이 물리적으로 기록된 바이닐에서는 굉장히 투박하게 출력되기도 하고, 판이 휘어 피치가 흔들리기도 하다가, 또 디지털 음원과는 다른 악기들의 출력값들을 발견하기도 하면서 더욱 세부적으로 알아보고 싶어 턴테이블을 DAW에 연결한 뒤 사온 바이닐들을 죄다 녹음하기 시작했습니다.
그 녹음본을 혼자서 막 쪼물딱거리며 궁금증에 대한 또 다른 궁금증과, 거기서 파생되는 물음들이 얽히더니 ‘내 거는? 내 거를 LP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? 라는 궁금증에 최종적으로 도달하게 됩니다.
어릴 적 퀸을 처음 듣고 음악에 대한 궁금증이 미친 듯이 불어나기 시작했던 그때처럼, 마치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처럼 불어나는 궁금증은 금세 열망으로 변하고, 이 물리적으로 음악이 송출되는 신기한 현상을 더 알아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.
미국에 다시 LP용 마스터링을 맡기고, 라이너 노트를 위해 서정민갑 평론가님께 메일도 드리며 매일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.
마스터링이 나온 날 작업실에서 마스터를 뜯어보며 계속 “와!”를 내밷으며 저 혼자 ‘분명 바이닐 마스터는 이럴 것이다 .’라며 생각했던 부분들이 상당수 일치하고 또 새롭게 알게 된 주파수들의 파형은 저를 더욱 흥분하게 해주었습니다.
평론가님께 라이너노트를 부탁드리며 회신받은 메일의 마지막 문장에 ‘건투를 빌며’라는 문장이 마치 너의 노력을 드디어 알아주시는 사람이 생겼다는 생각에 울컥하기도 했구요.
그리고 그 시간들이 모여 이제, 그토록 바라던 저의 바이닐이 여러분께 가게 되었습니다.
사실 요즘은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자신의 앨범을 LP 한 장씩 내기 때문에 크게 대단한 일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, 올드팝과 로큰롤이 뿌리가 되었던 저에게 이 바이닐반은 정말 소중한 음반입니다.
제가 디깅하며 사 모았던 음반들을 한 장 한 장 뜯어보며 가슴에 불을 지피고, 당시 양산되던 촌스러운 앨범 커버들의 템플릿을 최대한 유지하고자 노력했으며, 그 바이닐들의 성질과 그 성질을 토대로 표현하고 싶었던 톤 앤 매너에 최대한 집중해 작업하였습니다.
많이 설레는 만큼 걱정도 앞서지만, 그럼에도 음반을 받으시는 분들께 절대 그냥 만든 바이닐이 아님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온 힘을 다해 작업한 음반임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.
저의 꿈과 노력이 여러분의 마음에 꼭 닿길 바라며 이 편지를 마칩니다.
다들 감사드리고, 사랑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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